우리문화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페미니즘 도서 큐레이션

정희진 연구자는 입문서로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김은실 엮음/휴머니스트)를 추천했다. 이 책은 단순히 여성에게 언어가 필요한 이유를 넘어, 여성주의가 기존의 논쟁 구도에 어떻게 도전하는지를 보여준다. 가독성, 새로움, 깊이를 모두 갖춘 이 책은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심화서로는 『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김주희 지음/현실문화)를 선정했다. 한국사회의 성산업과 섹슈얼리티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킨 역작으로, 여성주의 정치경제학과 연구방법론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권김현영 소장은 데보라 카메론의 『페미니즘』(신사책방)을 입문서로 추천했다. 이 책은 페미니즘의 핵심 의제들에 대한 간명한 설명을 제공하면서도 복잡한 역사와 맥락을 단순화하지 않고 요령 있게 설명한다는 장점이 있다.
심화서로는 루시 딜럽의 『페미니즘들』(오월의봄)을 선택했다. 이 책은 페미니즘에 대한 서구중심적, 백인중심적 해석의 한계를 극복하고, '모자이크 역사'라는 새로운 역사쓰기 방법론을 통해 전 세계 여성들의 해방 역사를 안내한다.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책이다.
신경아 교수는 입문서로 『젠더: 젠더를 둘러싼 논쟁과 사상의 지도 그리기』(래윈 코넬·리베카 피어스/유정미 옮김/현실문화)를 추천했다.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인 '젠더'가 생물학적·사회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왔는지, 각 사회의 정치·경제·문화적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개인에서 국가, 세계 사회에 걸쳐 어떻게 재생산되어 왔는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론서이지만 어렵지 않고, 번역서이지만 좋은 번역 덕분에 막힘없이 읽히는 책이다.
심화서로는 『작업장의 페미니즘』(이현경/산지니)을 선정했다. 이 책은 20년 넘게 노동자이자 현장활동가로 살아온 저자가 열두 명의 여성 노동자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이지 않는 노동자'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기까지의 굴곡진 변화 과정을 생생한 목소리로 재현하며, '여성 노동자 페미니즘'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현재 전 회장은 입문서로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 나무/창비)를 추천했다. 이 책은 페미니즘이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사상이 아니라 동물, 자연까지도 포괄해야 하는 이유를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쉽게 풀어낸다. 자본주의 구조, 인종차별주의,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여성해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며, 페미니즘이 개인의 권리주장을 넘어 억압되고 착취된 자신의 몸과 타자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실천임을 강조한다.
심화서로는 『포스트휴먼 페미니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변혁의 힘』(로지 브라이도티/박미선 외 옮김/아카넷)을 선택했다. 브라이도티는 페미니즘을 기후위기, 인공지능, 이주, 빈곤 등과의 관련 속에서 횡단적으로 사고하며,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포스트휴먼 담론으로, 정신/물질 이분법에서 신유물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코페미니즘, 테크노페미니즘, 토착민 사상, 프랑스의 매혹적 유물론, 입장론, 육체유물론 등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며 조에(zoe) 평등주의의 토대를 제시한다.
노선이 사무국장은 입문서로 『김지은입니다』(김지은/봄알람)를 추천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말하기(speakout)가 사회를 더 안전하고 평등하게 변화시켜 왔다. 이 책은 성폭력 경험을 소리 내어 말하고 글로 쓰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생존자로서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개인의 상처 치유를 넘어, 우리 모두가 성폭력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해주는 책이다.

심화서로는 『아주 특별한 용기』(엘렌 베스, 로라 데이비스/이경미 옮김/동녘)를 선정했다. 성폭력 생존자로서의 삶과 경험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재해석하며 치유와 회복의 여정으로 나아가는 길에 다정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성폭력 생존자뿐만 아니라, 이들의 치유와 회복을 지원하는 상담자, 연대자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페미니스트 교사들은 입문서로 『오늘의 어린이책 1~3』(다움북클럽/오늘나다움)을 추천했다. 어린이에게 성평등 책을 소개하고 싶은 양육자, 교사, 시민들을 위한 이 책은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어린이 도서를 큐레이션했다. 칼럼과 꼼꼼한 서평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만의 책 선택 관점을 갖게 해주며, 공공도서관의 성평등 도서 검열에 맞서는 용기 있는 시도이다.
심화서로는 『페미니즘 : 교차하는 관점들』(로즈마리 퍼트넘 통·티나 페르난디스 보츠/김동진 옮김/학이시습)을 선택했다. 페미니즘 내의 다양한 갈래와 의제에 따른 다양한 의견을 소개하는 이 책은 페미니즘의 역사와 사상적 갈래를 더 깊이 알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하다. 페미니즘은 단일한 이론이 아니며, '여성 해방'이라는 핵심 가치도 시대, 지역, 계급,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운영위원은 입문서로 『돌봄과 인권』(김영옥·류은숙/코난북스)을 추천했다. 이 책은 가부장적 국가와 성별화된 돌봄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사유하며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특히 여성들이 주로 담당하는 돌봄노동의 부정의를 인권의 관점으로 분석하며, 가족의 자리 대신 시민의 자리를 상상해볼 것을 제안한다.
심화서로는 『가족신분사회』(가족구성권연구소/와온)를 선정했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 일종의 '신분'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가족을 둘러싼 부정의한 질서의 해체를 모색한다. 비혼, 혼인평등, 탈시설, 탈가정과 탈학교, 주거권, 성소수자 운동 등 다양한 의제를 연결하여 퀴어가족정치의 지도를 그려낸 점이 특별하다.
정영은 대표는 입문서로 『이갈리아의 딸들』(게르 브란텐베르그/히스테리아 옮김/황금가지)을 추천했다. 이 책은 '미러링' 기법을 통해 현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를 통찰력 있게 보여주며, 성차별에 저항하는 '맨움들'의 투쟁 모습을 통해 여성해방운동의 역사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게 한다.
심화서로는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캐롤 타브리스/또하나의문화)를 선택했다. 이 책은 '여성과 남성은 같은가, 다른가'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며,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다름'과 '같음'의 기준 자체가 남성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판한다. 또한 과학 연구가 얼마나 편파적이고 허구적일 수 있는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어온 많은 사례들이 얼마나 편향되어 있는지 밝혀낸다.
장애여성공감은 입문서로 『어쩌면 이상한 몸』(장애여성공감/오월의봄)을 추천했다. 이 책은 장애여성들의 몸, 관계, 노동, 섹슈얼리티, 돌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애여성 당사자들이 장애정치와 페미니즘이라는 교차적 관점으로 자신의 몸에 대해 말하고 활동해온 경험을 통해, 몸의 경험과 해석, 관계와 연대가 페미니즘 실천에서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심화서로는 『가족을 구성할 권리』(김순남/오월의봄)를 선정했다. 이 책은 가족구성권을 "다양한 가족의 차별 해소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가족·공동체를 구성하고,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로 정의한다. 가족형태의 확장뿐 아니라 가족제도의 불평등 속에서 상호의존과 돌봄, 사회적 유대를 확장하는 정치적 실천을 소개하며, 새로운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유경 사무국장은 입문서로 『가족각본』(김지혜/창비)을 추천했다. 이 책은 성소수자가 가족 질서를 교란시킨다는 주장에 맞서,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가족'이 과연 무엇인지 질문한다. 성별에 따라 역할이 부여된 '가족'이라는 제도에 숨은 차별과 불평등을 다양한 판례, 연구, 역사를 통해 추적한다.
심화서로는 『퀴어이론 산책하기』(전혜은/여성문화이론연구소)를 선택했다. 이 책은 퀴어 이론의 전반적인 지형과 논쟁의 흐름을 개괄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특히 '섹스'와 '젠더'의 이론적 쟁점을 자세히 안내함으로써 이분법적 도식을 넘어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다양한 전문가들이 추천한 20권의 페미니즘 도서는 입문자부터 심화 학습을 원하는 독자까지 모두를 위한 풍성한 지식의 세계를 열어준다.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이 책들을 통해 페미니즘의 다양한 관점과 실천 방식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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